국산차 평균가·수입차 점유율 증가…물적담보 손해율 증가 부추겨
고령화로 인한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급증도 손해율 증가 견인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 60% 이상…물적담보 문제 해결 없이 손해율 못 낮춰
여전히 양방진료비 보다 낮은 한방진료비…손해율 증가 핑곗거리 안 돼
최근 손해보험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줄이기’다. 지난해 두 차례나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손해보험사들은 이달 말부터 또다시 3%대 인상을 단행한다. 손해보험업계는 높은 손해율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방진료비를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명분으로 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선 한방치료 중 하나인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여 보험료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럭셔리카에 대한 수요로 국산차 가격과 수입차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의 첫 SUV 모델인 ‘GV80’은 최대 9000만원대이고, 이와 경쟁하는 수입 럭셔리 SUV 모델들은 1억원을 호가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9년 2.5%에서 지난해에는 10.2%로 증가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싼 몸 값의 자동차에는 비싼 부품비가 따라 붙기 마련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제차의 대당 평균 수리비는 285만원으로 국산차 108만원 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부품값이 비싸고 작업비용도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부품비와 공임비 등으로 외제차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지난 2013년 9672억원에서 2017년 1조5022억원으로 약 5000억원 증가했다. 럭셔리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손해보험업계는 여전히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나 대물 피해를 보장하는 물적담보와 대인사고를 보장하는 인적담보로 나뉜다. 지난 2008년 자동차보험에서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이 인적담보를 역전했으며 지금도 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증가에는 물적담보 손해율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적담보 손해율은 2017년 81.8%로에서 2018년 78.5%로 감소했지만, 물적담보 손해율은 69.2%에서 79.8%로 급등했다. 물적담보 보험금 비중이 전체의 60%를 넘어선 상황에서 손해율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물적담보 손해율이 더 크지만 이를 덮어두고 원인을 인적담보 중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 한방진료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추나요법은 지난해 4월 건강보험에 진입하면서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고, 횟수도 20회 이내로 제한됐다. 반면 자동차보험과 함께 손해보험업계의 골칫거리인 실손보험의 도수치료는 최저 5000원에서 최고 50만원으로 천차만별인데다 연간 180회까지 보장받는다. 단순하게 비교해도 추나요법에 대한 예측이 편리하고 투명하게 시행될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 주장하는 한방진료비의 증가는 그만큼 한방진료를 선호하는 교통사고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방진료를 받은 교통사고 환자는 연평균 21.2% 증가했으며, 진료비는 27.3% 늘었다. 같은 기간 양방진료를 받은 교통사고 환자는 연평균 1.06%, 진료비는 2.3% 각각 증가했다. 한‧양방 모두에서 환자수와 진료비는 비례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진료비 총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양방진료비는 6158억원, 한방진료비는 4288억원이었다. 전체 진료비의 60%를 여전히 양방진료비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양방진료비는 매년 1조원 이상 쓰이는 항목이기도 하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의료기관을 찾는 이유는 높은 치료 만족도 때문이다. 지난 2015년동신대 한의대가 발표한 ‘교통사고 환자 103례에 대한 한방치료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명(90.3%)은 교통사고 상해에 대한 한방치료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이미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높은 한방치료 만족도는 여러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결국 교통사고 환자들은 더 좋은 치료법을 받기 위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정부도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을 선택하든 양방을 선택하든 전적으로 환자의 자유라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업계의 양적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 말은 곧 노인 운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8만4700건으로 10년 전인 2008년 10만2200만건 대비 178.57% 증가했다. 교통사고가 급증하면 차량 수리비, 대차료,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결국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도 높아진다. 이러한 고령화 또한 현재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원인이고, 앞으로 손해보험업계가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20일 손해보험협회는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신기술 활용과 소비자 신뢰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혁신을 위해선 보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보험의 누수가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대한한방병원협회 이진호 부회장은 “손해율 증가가 인적담보보다 물적담보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손해보험업계는 한방진료비를 문제 삼고 있다. 부품을 수리하는 비용보다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비용이 우선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은 뒷전인 채 손쉽게 손해를 줄이는 방법만 고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의 성장을 위해선 사회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또 생존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업계의 위상과 맞지 않아 오히려 소탐대실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